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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악몽 남은 우상혁, AG 앞두고 고비

기사입력 2026.09.04. 오후 02:06 보내기
한국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최근 부상 여파와 심리적 부담이 겹치며 컨디션 회복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우상혁은 지난해 9월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2m34를 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 정상권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달 22일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2m16 첫 시도에서 실패했고, 이어 출전한 독일 하이브론 대회에서는 2m14에 그쳤다.

 

부진의 배경에는 지난 5월 도쿄 세이코그랑프리에서 당한 부상이 있다. 당시 경기 중 스파이크가 찢어지며 발바닥 근막을 다쳤고, 이후 약 3개월 만에 실전에 복귀했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 평가하기에는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둔 시점에서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불안 요소다.

 

우상혁은 지난 1일 유럽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곧바로 진천선수촌에 들어가지는 않고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오는 7일 일본 도쿄 국립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해 2주간 최종 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훈련은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한 강도 높은 점프 훈련보다는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김도균 육상 수직도약 국가대표 코치는 현재 우상혁의 상태를 ‘부상 후 스트레스’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김 코치는 “근막 손상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봤지만 미세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장비 문제로 다친 경험은 선수에게 더 크게 남을 수 있다. 스파이크가 찢어지며 부상을 입은 만큼 심리적 트라우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은 2019년 큰 슬럼프를 겪은 뒤 김 코치와 함께 재도약했다. 이후 꾸준히 기록을 끌어올리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부터 국제대회 7연승을 달리며 해미시 커, 잔마르코 탐베리, 주본 해리슨 등 강자들과 맞섰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확실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카타르의 무타즈 바르심이 여전히 건재하고, 일본의 신노 도모히로도 최근 하이브론 대회에서 2m25를 넘으며 우승했다. 올해 시즌 최고 기록은 우상혁과 신노가 2m30, 바르심이 2m27이다. 기록상 우상혁이 밀리지는 않지만, 현재 컨디션 변수가 크다.

 

김 코치는 “정상 범위만 회복하면 우상혁은 경쟁자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면서도 “부상을 안고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이 꾸준히 좋아지며 큰 위기가 없었는데, 이번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상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때도 종아리 근막 부상을 안고 뛰었다. 당시에도 테이핑을 한 채 결선에 나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문제는 이번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 예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3주. 이 짧은 시간 안에 몸의 불안감과 마음의 부담을 얼마나 털어내느냐가 메달 색깔을 좌우할 전망이다.

 

우상혁은 오는 21일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입촌한 뒤 24일 예선, 27일 결선에 나선다. 한때 당연한 금메달 후보로 여겨졌던 그는 이제 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위기를 넘으면 또 한 번의 도약이지만, 회복이 늦어질 경우 치열한 승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