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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절반이 꽁꽁…린가드가 작심 비판한 K리그 민낯

기사입력 2025.12.22. 오후 02:33 보내기
 제시 린가드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꿈틀대는 산낙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 같은 문화적 충격부터 시작해, FC서울과 K리그에서 겪었던 다사다난한 경험들을 털어놓았다. 외식을 할 때 스스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낯선 땅에서의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던 모습이 엿보였다. 린가드는 "음식은 당연히 달랐고, 산낙지를 먹어봤다. 움직이고 있어서 처음엔 무서웠지만 괜찮았다"고 회상하며, 이색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적응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겪은 가장 큰 충격은 경기장 밖에서 일어났다. 린가드는 일부 팬들이 경기 후 버스를 막아서는, 일명 '버막' 사태를 떠올리며 "정말 미친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한 시간이나 버스를 막아섰고, 결국 감독이 직접 나가서 이야기하게 만들었다"며 당시의 충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어 "서울은 국내 최대 클럽이기 때문에 항상 이겨야 한다는 기대가 있다. 나는 항상 서울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유한다"고 덧붙이며, 세계적인 빅클럽 못지않은 K리그 팬들의 뜨거운 열정과 그에 따른 엄청난 압박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는 왜 수많은 선택지 중 한국행을 결심했을까. 린가드는 "맨체스터의 소음에서 벗어나 리셋할 기회라고 느꼈다"며 서울 이적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맨체스터에는 많은 유혹이 있고, 여러 일에 휘말리기 쉽다. 나는 그냥 떠나서,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오롯이 축구에만 몰두하기 위한 환경 변화가 절실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와 구단을 경험했던 그에게 K리그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눈이 오거나 땅이 얼면 훈련을 할 수 없어 실내에서 운동해야 했다"거나 "경기장 절반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며 열악한 훈련 및 경기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러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린가드에게 서울에서의 2년은 뜨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음에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이별을 택했고, 고별전에서는 팬들과의 유대감에 북받쳐 눈물을 쏟았다. 린가드는 "맨유를 떠날 때도 울었다. 지난 2년 동안 선수들과 팬들과 정말 깊은 유대감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감정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나는 내가 이곳에 강한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눈물은 낯선 땅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이 단순한 '경력'이 아닌, 진한 애정이 담긴 '추억'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