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상

판매량 508% 폭증…'귀멸의 칼날'은 어떻게 극장가를 넘어 당신의 서재까지 점령했나

기사입력 2025.09.05. 오후 03:12 보내기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또다시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화려한 검술과 애절한 서사가 관객들을 사로잡는 가운데, 그 열풍은 극장가 담장을 훌쩍 넘어 서점가와 굿즈 시장까지 집어삼키는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영화 한 편의 성공을 넘어, 하나의 IP가 어떻게 소비 문화를 견인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가 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리즈의 최신작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이후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지난 4일에만 전국 1,581개 스크린에서 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는 345만 명을 가뿐히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팬덤의 힘을 넘어, 대중적인 흥행 코드를 완벽하게 장착했음을 입증하는 수치다.

 

더욱 놀라운 현상은 서점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데이터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단 열흘(8월 22~31일) 동안 '귀멸의 칼날' 원작 만화 시리즈의 판매량은 직전 같은 기간(8월 12~21일) 대비 무려 508.1%라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영화의 감동과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한 관객들이 원작을 찾아 서점으로 달려간 것이다.

 

특히 이번 '무한성편'의 배경이 되는 원작 16권부터 최종장인 23권까지는 이미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출간된 구간(舊刊)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흥행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8월 넷째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30위권 안에 이들 모두가 이름을 올리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시차를 뛰어넘어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는 의외의 구매층이 자리하고 있다. 연령별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10대나 20대가 아닌 40대가 30.8%로 가장 높은 구매 비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그 뒤를 20대(20.7%), 30대(18.3%), 50대(16.6%)가 이으며, 폭넓은 연령층에 걸쳐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1.2%로 남성(38.8%)을 압도하며, 이 신드롬의 핵심 동력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했다.

 

예스24 측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과거 '슬램덩크' 열풍 당시에도 초반에는 남성 팬들이 주도했지만, 유행이 확산하며 여성 팬들의 유입이 늘고 굿즈 소비를 견인했던 것과 유사한 패턴"이라며, "문화와 유행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이 이번 '귀멸의 칼날' 현상에서도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작 만화책뿐만이 아니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각종 굿즈와 파생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공식 팬북인 '귀살대 견문록' 1, 2권과 컬러링북 시리즈, 작가의 원화를 집대성한 '고토케 코요하루 화집' 등 관련 도서들 역시 같은 기간 동안 판매량이 313%나 급증하며 '귀멸의 칼날'이라는 IP가 가진 막강한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번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원작의 최종 결전 3부작 중 첫 번째 장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혈귀들의 본거지인 무한성에서 펼쳐지는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2024년 방영된 TV 시리즈 '합동 강화 훈련편'의 직후 이야기를 다루며,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클라이맥스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거대한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