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전시의 핵심은 첨단 기술과 예술의 경이로운 융합에 있다. 평면의 캔버스에 갇혀 있던 명화들은 인공지능(AI)과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만질 수 있는 입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AI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두터운 유화 질감과 역동적인 붓 터치를 3차원 데이터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3D 프린터가 이를 정교한 촉각 작품으로 빚어내는 방식이다. 관람객들은 눈을 감고 손끝의 감각에만 의지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온화한 미소를, 뭉크의 '절규' 속 인물의 불안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그림의 형태를 흉내 낸 것을 넘어, 원작이 가진 고유의 질감과 작가의 숨결까지 재현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어두운 미술관’이라는 이름처럼, 전시장 내부는 의도적으로 조도를 낮춰 시각 정보를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 관람객들도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잠시나마 체험하며, 익숙했던 감각의 틀을 깨고 새로운 차원에서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시각의 방해 없이 오롯이 촉각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작품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한 기업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애인 문화 예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사회 각계의 의미 있는 협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주최사인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를 필두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기획에 깊이를 더했으며, 글로벌 기업 헨켈코리아가 힘을 보태며 기술과 예술, 복지가 어우러진 사회공헌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은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모두를 위한 보편적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증거다. 이 작은 전시가 던지는 울림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장벽을 허물고, 더 포용적인 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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