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2회전 경기 중에 일어났다. 루마니아의 소라나 크르스테아와 경기를 치르던 무호바는 돌연 굳은 표정으로 코트 옆으로 다가가 관중석을 향해 손짓했다. 다시 서브를 넣으러 가면서는 눈물을 닦았고, 심판에게 경기 지연에 대해 사과한 뒤에야 경기를 속개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무호바는 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테니스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내 벤치 맞은편에 전 남자친구가 앉아 있었다. 가끔 있으면 안 될 곳에 나타나곤 한다"고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큰 충격을 받았고,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호바는 "그 순간 집중하기가 아주 어려웠다"며 당시의 심리적 고통을 토로했다.

예상치 못한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무호바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사건은 선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무호바는 대회 주최 측에 해당 남성에 대해 사전 언급이나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특정 인물의 경기장 출입 제한을 요청할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이틀 뒤 취재진에게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이러한 선수를 향한 원치 않는 접근은 비단 무호바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선수 에마 라두카누는 경기 도중 스토커의 위협을 느껴 심판석 뒤로 몸을 숨기는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당시 여자프로테니스(WTA)는 선수의 숙소 근처까지 따라다니던 남성이 관중석 앞줄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즉각 퇴장 조치했다고 밝혔다.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수 안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코트 위 선수들의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위협하는 그림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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